
처음엔 그냥 습관처럼 바르던 립스틱이었다. 지하철에서 무심코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아침마다 같은 색을 고르는 이유를 곱씹게 됐다. 그날 따라 유난히 얼굴이 밋밋해 보이던 날, 우연히 친구가 준 코랄빛 립스틱을 발랐고,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오늘 분위기 좋다”는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웃게 되더라. 그때부터였다. 화장은 그냥 꾸밈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가 될 수 있겠다고 느낀 건.
메이크업을 업으로 삼은 지는 꽤 됐다. 화보 촬영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던 기억, 결혼식 당일 신부보다 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터치를 하던 순간들이 쌓였다. 그런데 늘 마음에 남던 건, 기법보다도 그날의 ‘무드’였다. 같은 얼굴, 같은 제품인데도 그날의 기분이나 표정, 말투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이 완성되는 걸 수도 없이 봐왔다.
그래서 나는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찾는 것보다, ‘지금 내 기분에 맞는 메이크업’을 제안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색은 없다. 대신 오늘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감성은 있다. 그런 감각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공간을 시작하게 됐다.
길에서 마주친 여성의 블러셔 톤, 카페 창가에 앉은 남성의 뽀얀 피부톤도 나에겐 중요한 레퍼런스다. 메이크업은 누군가의 취향을 억지로 따르기보단, 각자의 결을 따라 흘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다루는 이야기들도 정답보단, ‘그날의 기분에 어울릴 법한 힌트’에 더 가깝다.
얼굴은 말보다 먼저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이 전하고 싶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 메이크업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시카 메이크업룸이 그런 공간이길 바란다.
– 제시카 정







